시간을 달려서 온 ‘남우회’를 아시나요?

남우회

입학 21주년을 맞은 남우회 멤버들이 캠퍼스에 다시 모였다. 왼쪽부터 유성엽 동문(영문95, 가톨릭대 학부대학 차장), 변상우 동문(심리95, 성공회대 마음쉼터상담실 상담사), 이상규 동문(영문95, (주)TBT 마케팅  기획부장) 

 

1995년 3월. 성심여대가 통합 가톨릭대로 편입된 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첫 남학생을 받아들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95학번 전체 신입생중 남학생은 70여명에 불과했다. 소수자의 입장에 처한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캠퍼스에서 색다른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가톨릭대 남우회’는 95년부터 97년까지 활동했던 당시 가톨릭대 성심교정 남학생들의 모임이다. 몇 명 안 되는 남학생들끼리 뭉쳐야 산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해서 여대였던 성심교정에 남학생 문화를 심은 개척자들이다. 짧은 활동이었지만 특별한 환경에서 특별한 경험을 공유했던 때문일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남우회 회원들은 서로 연락하며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입학 21주년을 맞아 남우회 회장이었던 변상우 동문을 포함해 원년 멤버 세 명이 다시 성심교정에서 뭉쳤다.

 

남학생들 숫자가 적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습니다.

: 처음 신입생 오티를 갔는데 저희 학과 학생 60여 명 중에 남자가 몇 명 없는 거예요. 남학생이 한 명인 과들도 있었고요.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더니 거기 남학생들이 다 모여 있더라고요. 서로 설명할 수 없는 동지애(?)를 느꼈죠.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남학생들끼리 뭉치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남학생 숫자가 얼마 안 되다 보니 얼굴이 많이 알려져 생긴 에피소드들도 많죠. 주말에 홍대나 강남역에 놀러갔다가 월요일 학교에 가보면 제가 주말에 어디 다녀왔는지 소문이 다 나있기도 했어요.

: 여학생들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교이다 보니 남학생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것들이 좀 있었어요. 남학생들끼리 모이면 그런 것들에 대해 서로 아쉬움을 토로 했죠. 그러다가 ‘이렇게 우리끼리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학교에 한번 요청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죠. 당시 총장님이시던 김재순 수녀님이 감사하게도 저희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들어주시고 곧바로 반영해주셨어요.

: 과별 농구시합을 하는데 남학생들만으로는 팀 구성이 안 되서 여학생들과 같이 농구를 하기도 했어요. 학생식당에서는 여학생 기준으로 밥을 담아주셔서 밥 더 많이 퍼달라고 부탁하곤 했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남우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은?

: 소수였던 남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고자 시작했던 일인데, 활동을 하다 보니 학교를 위해서 저희가 나서야할 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남학생들이 없던 학교다 보니 남학생들이 뭔가를 주도적으로 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어요. ‘우리학교는 우리가 지킨다!’는 모토아래 축제 때 규찰대를 조직해 활동하기도 했고, 학교 인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일일호프를 열기도 했죠.

: 가톨릭대 통합 기념으로 95년 9월 학교에서 KBS 「열린음악회」를 열었던 것 아시나요? 당시 사람들이 운동장 스탠드까지 가득차서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통합 가톨릭대 초대 이사장님이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즉석에서 가수 김수희의 ‘애모’를 부르셔서 9시 뉴스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공연 당일 남우회에서는 행사장 정리, 주차장 정리 등을 자발적으로 맡아서 진행했었는데요. 저희들은 일하느라고 정작 공연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당시 느꼈던 뿌듯함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 돌이켜보면 당시 학교생활이 남학생 숫자가 적어서 꼭 힘들고 불편하기만 한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소수기 때문에 저희가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주어지는 장점도 많았죠. 남우회는 뭔가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 요즘 학생들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여건이기는 하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 좋겠어요.

: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도전하세요. 저는 남우회를 통해 그런 정신을 배웠습니다.

: 저희 입학 당시와 비교해보면 학교가 정말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어서 감격스럽습니다. 후배 여러분도 모교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훗날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보람 있고 즐거운 학창생활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