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다

정다연

노브랜드 해외영업부 신입사원 정다운 동문은 브랜드가 원하는 제품을 제작하는 일을 총괄하는 벤더(vendor)다. 장기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일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자세로 신입사원이 된 그녀는 이제 세계를 향해 당찬 꿈을 펼치며 ‘정다연’이란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남다른 꿈을 꾸다

어릴 때부터 컬러 매칭에 소질이 있었고 옷에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 적성을 따라 전문대학 섬유과를 진학했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이 느껴져 편입을 준비했다. “좋은 기업에 입사해 활약하는 가톨릭대 의류학과 선배님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경쟁력이 있는 학교, 학과라고 생각해 편입을 결심했죠.”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컸기에 강의 시간이 즐거웠다. 세분화된 의상 구성 수업은 현장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 한복 강의는 특히 흥미로웠다. 평소 웨딩드레스나 한복 같은 예복에 관심이 컸기에 심화 과정까지 선택할 만큼 한복의 매력에 빠졌다. “교수님들이 정말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셨어요. 부자재에 따라 어디가 좋은지 알려주실 만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정보까지 공유해 주셨고요.”

4학년이 되면서 의류 MD 단기현장실습을 나섰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즈음 공고문에서 의류벤더기업을 처음 보게 되었다. 벤더(vendor)는 바이어가 원하는 옷을 제작하고 납품하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하는 벤더에게 영어는 필수인데, 평소에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의류 전공자라 비전공자보다 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했다.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죠. 벤더에 대한 관심을 보여드렸더니 한번 도전해 보라며 격려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장기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노브랜드’라는 의류벤더회사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벤더의 세계를 탐험하다

의류벤더회사는 의류 브랜드 바이어가 자사의 디자인을 제공하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납품(OEM)하기도 하고, 회사 내 디자인팀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업체에 제안해 판매(ODM)를 끌어내기도 한다. 노브랜드는 탄탄한 의류 제조 기술력과 디자인력을 갖춘 곳으로 ALEXANDER WANG, theory, DKNY JEANS, BANANA REPUBLIC, GAP, GUESS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이러한 기업에서 벤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옷은 생각보다 많은 과정과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다. 작업지시서, 샘플들을 유관 부서에 신속하게 전달해 주는 일은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작업지시서를 살펴보며 낯선 용어나 내용이 보이면 직접 물어보면서 하나씩 배워갔다. “아무리 바쁜 상황이라고 해도 질문하면 잘 알려주셨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힘들지만 재미있었다. 정신없이 일하며 벤더의 세계를 몸소 체험해 갔다. “선배들과 함께 백화점에 시장 조사를 나간 적이 있는데, 매장 쇼윈도에 제가 참여했던 옷이 걸려있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죠.”

장기현장실습을 하며 일에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노브랜드에서 신입 벤더를 채용하는 기회까지 찾아왔다. 선배들의 지원 권유에 입사원서를 썼고 얼마 후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의 첫 브랜드를 만나다

‘노브랜드 해외영업부 정다연’.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받아 들었을 때의 벅참과 뭉클함을 잊을 수 없다. 수개월 동안 실습생으로 몸담았던 곳에서 벤더의 첫 무대를 열게 된 것이다. 벤더의 세계는 실습 때와는 또 다른 세계였다. 브랜드 바이어의 디자인을 받으면 소재와 부자재를 꼼꼼히 확인하고 샘플을 제작하고, 이를 바이어에게 보내 검토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이나 소재, 부자재등 변경 사항이 생기면 이를 반영한 샘플을 다시 제작해 확인받는다. 이 과정을 반복해 최종 결정이 되면 공장에서 옷을 생산하고, 바이어에게 납품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모두 총괄해야 하니 심적 부담이 컸다. 현장실습을 하며 업무의 기본기를 다져놓아 실무적응은 빨랐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도 많았다. 작업지시서에 원달샘플을 잘못 붙이기도 하고, 부자재를 잘못 선택하는 등 크고 작은 실수가 끊이지 않았다. 그 뒤에는 선배의 칼같은 지적이 따랐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겠죠.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그것에서 자극을 받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도 생기고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지만 배우려는 자세와 노력은 늘 변함이 없다.

“제가 담당한 스타일이 바이어에게 오케이를 받았을 때 성취감이 크죠. 한 번에 일사천리로 될 때는 더더욱이요. 일 자체가 힘든 만큼 일을 해냈구나 싶은 만족감도 큰 것 같아요.” 후배 실습생들을 대할 때면 1년 전 자신이 떠오른다. “실습생이나 인턴에게 완벽을 바라는 사람은 없어요. 대신 자세나 열정, 인성과 센스를 더 중요하게 보죠.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하루에도 수십 번 해외 바이어들과 연락하고 야근의 강행군은 계속되지만 즐겁다. 자신의 노력이 곧 브랜드가 되는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저는 벤더라는 직업이 정말 좋아요. 적성에도 잘 맞고요. 아직은 서툴지만 4~5년쯤 후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아우를 수 있는 진짜 벤더가 되어 있겠죠?”